AI 규제 시대에서의 뉴로모픽 기술의 윤리적 고찰

1. 기술의 모방: 인간 신경망을 닮은 기계, 윤리적 기준은 존재하는가?

뉴로모픽 컴퓨팅은 기술은 생물학적 뉴런의 신호 전달 방식과 학습 메커니즘을 하드웨어 수준에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단순히 전산 구조의 효율성을 뛰어넘어, 인간 지각과 사고 체계를 기계에 이식하려는 시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은 윤리적으로 다층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인간의 뇌 기능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의식’ 혹은 ‘자율성’의 영역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기술이 인간을 흉내내는 수준에서 벗어나 독자적 판단과 학습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경우, 그 책임 소재와 권한 분배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기존 인공지능보다 훨씬 더 생물학적으로 설계된 뉴로모픽 시스템은 기존의 AI 윤리 프레임워크로 포섭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규제 입법자는 새로운 기준을 고민해야 하며, 기술 개발자 역시 기술의 방향성을 스스로 윤리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2. 뉴로모픽 시스템의 자율성과 인간 통제권 사이의 균형

전통적인 인공지능 기술은 중앙집중적 구조에서 대부분의 판단이 내려지는 형태였다. 하지만 뉴로모픽 기술은 엣지 단에서 자율적인 학습과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를 이용한 연산은 비동기적이고 이벤트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시스템 내부에서 인간의 직접적인 명령 없이 반응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특성은 응답 속도와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윤리적 측면에서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증가시킨다. 인간의 감독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장치는 인간 통제권의 상실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더욱이 뉴로모픽 시스템은 기존의 규제 체계가 상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으며, 그 행동이 예측 불가능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윤리적 접근에서는 ‘기계 자율성의 한계 설정’이라는 새로운 테마가 중심이 된다.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통제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은 앞으로의 기술 윤리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3. 뉴로모픽 기술과 편향된 의사결정의 가능성

뉴로모픽 기술이 뇌의 구조를 모사한다고 해서 인간의 인지적 공정성을 자연스럽게 내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물학적 모사를 지향하는 기술일수록 학습 과정에서 인간의 무의식적 편향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뉴로모픽 시스템은 초기에 설계된 가중치와 뉴런 간의 연결 패턴에 따라 학습 방향이 결정되는데, 이 패턴이 데이터의 통계적 특성을 과도하게 반영하면 편향된 의사결정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시스템은 학습 과정을 외부에서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운 ‘블랙박스’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내부에서 발생하는 편향이나 왜곡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는 특히 의료, 금융, 범죄 예방 시스템 등 인간의 권리와 직결되는 분야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뉴로모픽 기술 개발자는 초기 설계단계부터 알고리즘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고려해야 하며, 사회적으로는 이에 대한 감시 체계와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4. AI 규제 시대의 뉴로모픽 기술: 법제화가 어려운 이유

2020년대 중반부터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연합의 AI법(AI Act)처럼 위험기반 접근 방식의 규제 체계가 도입되면서, 윤리적 책임과 기술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다. 그러나 뉴로모픽 컴퓨팅은 이와 같은 규제 시스템에 쉽게 포함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뉴로모픽 기술이 전통적 AI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실시간 반응, 자가 학습, 아날로그 기반 연산, 하드웨어 차원에서의 판단 수행 등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단순히 소프트웨어 규제나 알고리즘 투명성 기준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또한 법제화 과정에서는 기술의 정확한 정의와 작동 원리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필요하지만, 뉴로모픽 기술은 여전히 대중적으로 생소한 분야이다. 결국 뉴로모픽 컴퓨팅은 현재의 AI 규제 체계가 품을 수 없는 ‘윤리적 공백지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에 맞는 새로운 법적 틀과 국제적인 공감대가 절실히 요구된다.